체스키 크룸로프는 체코 남보헤미아 주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로 체코에서 중세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보헤미아의 진주’ 또는 ‘작은 프라하’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치 아담한 프라하를 연상시키는 체스키 크룸로프는 오래된 건축물과 분위기 있는 식당들이 잘 어우러져 독특한 거리 인상을 준다. 도보로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이기때문에 산책하는 느낌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크룸로프 성을 비롯하여 많은 건축물과 문화재가 있다. 구 시가지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체스키는 체코어로 “보헤미아의 것”을 의미하고 남부 모바리아의 모라프스크룸로프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다. 크룸로프는 중세 독일어 ‘Krumme Aue’를 어원으로 하며 “강이 굽이치는 곳의 습지”를 의미한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건축되기 전부터 주민들이 정착해서 살았으며 성은 1240년부터 비트코프치 가문 의해 지어졌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보헤미아 왕국의 중요한 교역로 위치였기 때문에 성 아래쪽에 마을이 일찌감치 형성되었다.
14세기 초, 로젠버그가의 피터 1세는 현재의 위쪽 성을 건설했고 영지는 번성했다. 이 기간 동안 토지 영역이 크게 확장되었다. 로젠버그 가문은 성 내의 무역과 공예를 적극 장력하였다.
19세기 산업화와 교통이 발달하면서 도시의 요새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공산주의 시대에 더욱 황폐해졌다. 그러나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도시의 많은 곳이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교통
체스키 크룸로프로 여행하는 수단은 버스, 기차, 가이드 투어, 렌터카 등이다. 일반적으로 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버스
가장 쉽게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는 것이다. 여러 회사가 운행을 하고 있다. FlixBus, RegioJet, Leo Express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동 시간은 3시간 정도로 프라하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10시 이전에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보통 스튜던트에이전시라 부르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하게 된다. 2016년부터는 RegioJet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https://regiojet.com) FlixBus나 Leo Express 버스 사이트에서도 예약 가능하다.
기차
버스보다 기차를 선호한다면 Czech Railways를 이용할 수 있다. 기차 여행의 장점은 남부 보헤미아 길목에 있는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 시간이 버스보다 오래 걸리고 첫 열차가 아침 8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빨라도 11시에 도착한다. 게다가 프라하로 돌아오는 마지막 열차가 오후 2시이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체스키 크룸로프를 둘러보는데 다소 시간이 부족하다. 기차역이 도심 외곽에 있는 것도 단점이다.
추천 경로
스보르노스티 광장 – 이발사의 다리 – 라트란 거리 – 곰 해자 – 체스키 크룸로프 성 탑 – 망토 다리 – 자메츠카 정원 – 에곤 쉴레 미술관
주요 명소
▶ 스보르노스티 광장(Nam. Svornosti)
구 시가지 가운데 있는 스보르노스티 광장은 보통 체스키 크룸로프 여행의 시작점이 된다. 주변에 18세기 이후 지어진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인지 광장 가운데 서 있으면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위의 건물은 후기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등의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마치 영화 세트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착각이 아닌 이유가 있는데 영화 ‘아마데우스’와 ‘일루셔니스트’ 등이 촬영됐기 때문이다.
여행 안내 센터와 화장실 등이 있고 주변에 호텔 등의 숙소도 많은 편이다. 광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는 재미도 있다.
▶ 이발사의 다리(Lazebnický most)
스보르노시티 광장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향해 골목길을 따라 가면 중심가인 라트란 거리와 연결되는 이발사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현지에서는 라제브니키 다리라고 부른다. 블타바 강을 가로 지르는 나무 다리로 많은 여행자들이 머물며 주위 풍경을 둘러보기도 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방송에서 다룬 적 있는 유명한 전설이 하나 있다. 합스부르크 혈통인 루돌프 2세의 서자가 정신 질환이 있었다. 루돌프 2세는 아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요양하도록 했다.
어느 날 루돌프 2세의 서자는 마을 이발사의 딸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서자는 이발사의 딸과 결혼했지만 결국 정신병 때문에 자신의 아내를 죽인다. 하지만 서자는 자신이 아내를 죽인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해범을 찾겠다고 마을 주민들을 심문하고 처형했다. 보다 못한 이발사가 자신이 딸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발사는 처형당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다리를 만들고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리는 19세기 초에 만들어졌었고 20세기 말에 재건축되었으며 프라하 까를교에 있는 얀 네포무츠키 동상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 라트란 거리(Latrán)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면 시작되는 거리로 예전에는 영주를 모시는 하인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좁은 골목으로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해서 중심가라고 할 수 있다. 거리 자체가 중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걸으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 곰 해자(Medvědí příkop)
체스키 크룸로프로 들어가기 직전에 해자에 곰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성을 방어하는 용도인 해자에 곰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로젠버그 시대인 16세기부터이다. 1995년에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곰 해지가 재건되었다. 해자가 건설이 완료된 후 곰 3마리가 살기 시작했다. 곰이 어린이에게 인기가 있어서 곰 축제도 열리고 있다.
▶ 체스키 크룸로프 성(Český Krumlov Castle)
관람 순서: 레드 게이트 – 안뜰 – 성탑 – 망토 다리 – 성 극장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라트란 거리 옆에 위치하고 있다. 13세기에 건설된 성은 도시에 걸맞지 않게 큰 편으로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성이다.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의 극장을 더하면서 전체적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변형되었다. 영주가 살던 궁전과 예배당, 조폐소, 바로크식 극장과 야외정원이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성 곳곳에 있는 건물의 벽면을 보면 스그라피토 기법으로 그려 놓은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스그라피토 기법은 서양 건축 공예 기법의 하나로 유럽 건축에서 활용된 자익 기술이다. 외벽을 칠한 후 표면이 굳기 전에 긁어서 바탕색이 드러나게 하는 방법으로 멀리서 보면 입체감이 드러나는 조각처럼 보인다.
레드 게이트(Red Gate)
성을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한다. 로젠버그가가 성을 소유했을 때 증개축을 했는데 이 때 로벤버그 가문의 상징인 장미의 색을 성의 정문에 칠하면서 레드 게이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성 탑(Castle Tower)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서 가장 뛰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일명 흐라데크(Hradek) 탑이라고 불리는데 162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체스키 크룸로프 사진이 여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탑을 올라가자 마자 보이는 풍경에 누구나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망토 다리(Plášťový most/Cloak Bridge)
현지어로 플라비스토 다리라고 불리는 망토 다리는 모습이 마치 망토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망토 다리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아치형의 다리이다. 과거에 요새 역할을 했었다.
500년 동안 원형이 보존되어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 등 다양한 건축물이 모여 있다. 망토 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뛰어나서 전망대 역할도 한다.
성 극장(Castle Theatre)
1767년에 만들어진 극장은 세계에서 보존이 잘 된 바로크 극장 중 하나이다. 극장이 오래되어 1년에 3번 공개된다. 스웨덴 왕립 드로트닝홀름 궁전 극장, 베르사유 궁전의 여왕 극장, 마그라비알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유럽의 극장들과 비교될 정도이다.
▶ 자메츠카 정원(Zámecká zahrada)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정원이다. 성의 정원은 크게 4개가 있는데 자메츠카 정원이 가장 크다. 정원에 화단, 분수, 조각상이 정교하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관리가 잘된 정원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벤치에 앉아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쌍둥이 나무’라고 불리는 두 개의 큰 나무와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 명소도로 알려져 있다.
▶ 에곤 쉴레 미술관(Egon Schiele Art Centrum)
체스키 크룸로프는 에곤 쉴레의 어머니 고향이다. 에곤 쉴레는 젊은 시절에 체스키 크룸로프에머물면서 풍경을 많이 그렸다. 하지만 마을의 10대 소녀들을 억지로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을 사람들이 좋지 않게 보는 사건이 있었고 결국에는 쫓겨난다.
오늘날에는 미술관을 지어 에곤 쉴레를 기리고 있다. 에곤 쉴레의 작품이 가장 많은 곳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이다. 체스키 크룸로프 에곤 쉴레 미술관에는 진품이 아닌 복사본으로 적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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