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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로 듣는 음악 이야기 -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 내 인생의 음악편지>

by wizy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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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악에 저절로 몸을 맡기면서 산다. 음악에 관심 많은 사람, 노래를 못하는 사람 등 누구나 음악과 떨어져 살 수 없다. 기분 좋을 때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닌데도 막상 이름만으로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

이런 막연한 내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준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 내 인생의 음악편지>이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이종민의 음악편지’를 전자우편으로 발송하신 전북대 이종민 명예교수가 음악편지에 대한 답가 형식으로 사람들로부터 모은 글을 묶은 책이다. 음악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보니 관련 음악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궁금함을 풀어줄 도구로 QR코드를 사용했는데 사연마다 이를 표시해서 유튜브로 자동 이동되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음악편지에 대한 답가여서 그런지 사연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만난 음악 이야기이다.

첫 포문을 여는 음악 이야기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관련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도 마이클 잭슨의 세련된 음악을 뜻도 모른 채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 공감이 갔다.  다른 빛깔의 사랑을 보여주는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이야기가 미소를 짓게 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줄리 앤드루스의 Tnings>는 코로나 전에 다녀왔던 오스트리아를 떠올리게 했다.

미국 횡단 여행에서 만난 음악 Kacey Musgraves의 를 통해 알게 되는 포크 음악 이야기, 우리의 아픈 역사인 유신독재 시대의 현실을 살아간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음악 이장희의 <그건 너>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세카이노 오카리  음악 이야기도 좋았다. 임상아의 <뮤지컬>,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이야기에서는 삶 속에 음악이 녹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른 사람의 삶에서 흐르던 음악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도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중고등 학생 시절이었던가 LP로 음악을 열심히 듣던 때가 있었는데 퀸(Queen)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당시 기준으로도 데뷔한 지 오래된 밴드이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새로운 음악과 다를 것이 없었다. 특히 초기 퀸의 음악은 어린 날의 반항을 속삭여 주는 느낌이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실제로 크게 반항을 하지 못했던 나에게 음악으로 세상에 대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외침은 그리 길게 지속할 수 없었다. 퀸의 메인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퀸의 음악을 더는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 수긍하면서 퀸의 음악에서 멀어져 갔다.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나름 재미있는 삶을 살았지만 허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맹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이런 나를 다시 깨워준 것은 2018년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였다. 퀸의 메인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영화인데 자연스레 퀸의 음악이 영화 내내 흘렀다. 세상의 차별과 싸워야 했던 프레디의 삶이 음악에 들어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어릴 때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게 만든 이유를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알게 되었다.

영화 말미에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몰입해서 보고 예전의 거칠지만 거리낌 없던 사고가 떠올랐다. 맹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격렬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바뀌었다. 그 생각으로 여행을 하고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잡지사에서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이지만 삶이 멈춘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내 인생의 음악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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