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베르나르를 알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 엄청 인기를 끌었던 <개미>를 읽었을 때였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그가 이끌어 가는 이야기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의 책을 계속 보면서 그의 세계에 빠져 든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세계관에 조금은 흥미를 잃어갔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내 삶에 깊숙히 들어오면서 독서를 거의 하지 않게 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은 희곡 형식의 글로 두 번째 희곡이다.
그의 첫 번째 희곡 <인간>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연극 무대로 꾸며졌다.
<심판>은 2015년도에 나온 작품이지만 한국에는 2020년에 뒤늦게 소개가 되었다.
한국 연극 무대에도 아직 공연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심판>은 '아나톨'이라는 판사가 수술 중 사망한 후 천국에 와서 그의 삶을 심판받는 내용이다.
삶에 대한 심판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법정과 동일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판사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담당하고 아나톨의 삶에 대해 공방을 벌이는 검사 '베르트랑'과 변호사 '카롤린'이 등장한다.
현실의 판사가 죽은 후에 천국 법정에서 심판받는 설정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환생이 전생에 대한 벌로써 묘사가 되니 더욱 묘한 느낌을 준다.
아나톨은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고 상당히 현실적인 생활을 했다.
우리가 살면서 항상 겪는 선택이기도 하다.
아나톨은 결국 도전을 포기하면서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고 유죄로 인정되서 환생이 결정된다.
하지만 아나톨은 이전의 기억을 잃는다는 소리에 환생을 거부하게 된다.
소재 자체는 크게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
작가의 예전 작품 <타나토노트>에서도 다루기도 했고 다른 미디어나 작품에서도 많이 나오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조금은 독특하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요소로 카르마와 사람의 의지를 말하고 있다.
정해진 운명인 카르마는 겨우 25%로 우리 삶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천사들은 삶의 윤회라는 형벌을 벗어난 존재들이고 인간들은 윤회의 형벌을 받고 있는 존재로 표현한다.
하지만 천사들도 변화없는 천국 생활에 싫증을 느끼는 것을 나중에 가브리엘이 보여준다.
삶이란 것이 때로는 형벌처럼 잔인한 때도 있지만 즐거움과 행복 등도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래 살기를 바라고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연 삶을 다시 사는 것이 축복인지는 모를 일이다.
현재의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면서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은 삶이라는 형벌에 갇히는 것이지 않을까.
실제로 하나의 삶만 살 수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라는 말을 작가가 우리에게 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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