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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기] 2. 미지의 한 걸음

by wizy 201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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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렘과 어색함

오슬로를 거쳐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두워져 버렸다.
위도가 높은 지역의 겨울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래도 아이슬란드의 첫 날을 그냥 호텔에서 보낼 수 없기에 시내 구경을 잠깐 하기로 했다.


[▲ 레이캬비크 라우가베구르 거리(Reykjavik Laugavegur) - 완전 중심가는 아니더라도 너무 인적이 드문 거리]

숙소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주택가에는 녹지 않은 눈이 수북이 쌓여 있어 걷기가 힘들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눈 위를 걸어 봤을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가장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적어서인지 거리가 한적했다.
서울의 복잡함 속에 익숙했던지라 이런 느낌이 다소 낯설었다.


[▲ 레이캬비크 라우가베구르 거리(Reykjavik Laugavegur) - 건물 벽에 영사기로 투사한 영상]

여전히 어색함이 한 가득이라 그냥 두리번거리며 걸어갔다.
걷다 종종 사진도 찍으면서.


[▲ 레이캬비크, 누들 스테이션(Reykjavik, Noodle Station) - 동양식 면요리를 파는 곳]

드디어 사람 많은 가게 하나를 만났다.
추운 지역인데 국물이 가득한 동양식 면요리가 없는 곳이라 인기가 있는 곳이란다.
원래 더 중심가 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옮겨왔다고 한다.
추운 날씨라 안쪽의 사람들이 살짝 부러웠다.


[▲ 레이캬비크, 보니스(Reykjavik, Bonus) - 꽃보다 청춘에도 나온 마트]

계속 걷다 보니 문 닫힌 마트가 보였다.
나중에 '꽃보다 청춘' 방송을 보니 여기서 장을 보더군.
하지만 난 한 번도 이용을 못해 봤다.ㅎㅎ



#2 심장 속으로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할스그림키르캬(Hallsgrimkirkja)'이다.
사실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하지만 쉽게 다가가 지지 않는다.


[▲ 레이캬비크 라우가베구르 거리(Reykjavik, Laugavegur) - 눈 쌓인 곳과 녹은 곳의 대비]


[▲ 레이캬비크 라우가베구르 거리의 레코드 판매점 - 아담한 LP 음반을 파는 곳]

거리가 정말 아담하다.
이 곳이 가장 번화한 곳이라는 것이 놀랍다.


[▲ 레이캬비크 할스그림키르캬(Reykjavik, Hallsgrimkirkja) - 드디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교회]

할스그림키르캬 교회를 목표로 열심히 길을 걷다 보니 점점 그의 모습이 크게 다가왔다.
멀리 있을 때는 작게만 느껴졌는데 다가갈수록 웅장함이 느껴진다.


[▲ 레이캬비크 할스그림키르캬(Reykjavik, Hallsgrimkirkja) - 웅장한 자태를 눈 앞에 드러낸 교회]

바로 앞에 서니 내가 정말 작게만 느껴졌다.
역시 사람이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 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알지 못하니 크기를 가늠할 수 없고 멀리서 바라 보니 작다고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다.
삶의 경험도 이런 것 아닐까.


[▲ 레이비르 에릭손 동상(Leifur Elriksson- 그 옛날의 용맹함이 느껴지는 모습]

교회 앞에는 레이비르 에릭손 동상이 있었다.
어딘가를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사람이라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증거가 없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무려 콜럽버스보다 약 500년을 앞섰는데도 말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다가 아니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여전히 보이는 것에 얽매여 있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어려운 법이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레이비르 에릭손과 할스그림키르캬(Leifur Elriksson & Hallsgrimkirkja- 레이캬비크의 심장]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 할스그림키르캬가 레이캬비크의 심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레이비르 에릭손은 심장이 살아 숨 쉬도록 지키는 파수꾼 같은 느낌.
그만큼 나의 인상 속에 각인되었다.


[▲ 레이캬비크 로키 카페(Reykjavik, Cafe Loki- 할스그림키르캬 앞에 있는 유명한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점]



#3 레이캬비크의 낭만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느낌일지는 상상을 못했다.
굳이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아기자기한 건물들도 정감이 있었다.


[▲ 레이캬비크 시내 건물 - 밤의 기운을 받아 운치가 느껴지는 건물]

밤과 가로등의 운치가 더해져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낭만이 느껴졌다.
미지의 땅에서 느끼는 낭만이라 더 기분 좋게 느껴졌다.


[▲ 레이캬비크 시내 건물 - 밤의 기운을 받아 운치가 느껴지는 건물]

그래도 계속 밖을 다니다 보니 추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얼음의 땅에 온 것이 실감 났다. ^^


[▲ 레이캬비크 12 토나르(12 Tonar) - 레코드 가게이면서 독립 레이블]

상점들마다 불은 켜 있었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새해 첫날이어서인지 아니면 이들의 여유로움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난 여유로움일 거라 생각했다.


[▲ 레이캬비크 헤닝거시(Hegningarhúsið) - 뭔가 음산한 느낌을 주는 옛 감옥]


[▲ 라우가베구르에서 바라본 할스그림키르캬 - 다시 친근한 느낌으로 돌아간 모습]

다시 라우가베르구르 거리로 내려왔다.
이제야 사람들이 조금 많이 보인다.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무서우면서도 안 보이면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 라우가베구르 이정표 - 표시는 있지만 알 수 없는 방향]

이정표가 있지만 나에겐 무용지물.
다시 한 번 이방인인 것을 실감하지만 그래도 환영받는 느낌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 라우가베구르 이정표 - 독일어의 영향을 받은 문자]


[▲ 라우가베구르 거리 - 오고 가는 꽤 많은 사람들]

무작정 갈 수는 없기에 잠시 주위를 서성거려 본다.
처음에 느꼈던 어색함은 많이 사라지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어느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금은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 라우가베구르 거리 이정표 - 드디어 아는 글자 발견]



#4 레이캬비크의 맛과 멋


[▲ 한네스 하프스타인(Hannes Hafstein) - 아이슬란드 초대 총리 동상과 멀리 보이는 콘서트홀 하르파]

계속 길을 걷다 보니 멀리 하르파가 보였다.
일단 다음 목적지는 저기가 아니기에 계속 걸었다.
우리의 목적은 보는 것 이상이었으니까.


[▲ 배야린스 베즈투 필사(Bæjarins Beztu Pylsur) - 아이슬란드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핫도그 가게]

바로 핫도그를 먹기 위한 것.ㅎㅎㅎ
줄을 서서 먹는 곳이라 하던데 날이 추워서인지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단 하나씩 사서 맛나게 먹었다.
출출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맛도 꽤 좋았고 가격도 나름 저렴했다.


[▲ 배야린스 베즈투 필사(Bæjarins Beztu Pylsur) 핫도그 - 보기보다 훨씬 맛있는 핫도그]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히 퍼져오는 소시지의 맛.ㅎㅎ
토핑을 선택할 수 있지만 종류를 모르기에 전부 다 달라고 해서 먹었다.
여기도 나중에 보니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곳이었다.
한 개를 먹고도 부족해서 한 개씩 더 먹었다.


[▲ 하르파 콘서트 홀(Harpa - Reykjavik Concert Hall) - 나를 환영하는 듯한 2016 불빛]

다시 이동하여 하르파 콘서트 홀 앞으로 갔다.
바다 가까이라 바람이 점점 강해졌다.
2016이라는 불빛 글자를 보고 한국이 아닌 아이슬란드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스컬프쳐 & 쇼어 산책로(Sculpture & Shore Walk) - 아름다운 눈 덮인 산책로와 멀리 보이는 마천루 불빛]

추운 바람을 뚫고 해안 산책로를 따라 갔다.
눈의 덮여 있어 있는 모습이 마음까지 깨끗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의 불빛도 아름다웠다.


[▲ 선 보이져(Solfar - Sun Voyager) - 마치 당장이라도 멀리 나아갈 것 같은 배 모양의 특이한 조각]

길을 걷다 보니 뼈대로만 구성된 배 모양의 조각이 있었다.
미지의 영토에 대한 약속, 희망의 꿈, 자유의 진전을 담고 있다고 한다.
물질을 싣는 것인 아닌 정신을 싣는 배이기에 뼈대 느낌으로 구성했다는 생각을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담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니까.



#5 편안함

해가 져서 어두웠지만 나름 레이캬비크의 매력을 물씬 느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인적 드문 눈을 밟으며 그제야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무작정 떠나온 이 길에서 난 결코 이방인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느꼈다.
모르겠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기에 또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 레이캬비크 주택가 - 지나다니는 사람을 전혀 찾을 수 없는 한적함]



#6 선물

호텔로 돌아와 친구와 맥주 한 잔 기울이며 다음 일정을 논의하던 중 호텔 창문으로 선물이 날아 들어왔다.
그것은 멋지게 연주하는 불꽃.
특정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바라보는 개개인마다 멋진 선물을 받는 느낌 이리라.
나에게도 아이슬란드에 온 것을 환영받는 멋진 선물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날 밤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선물을 한 아름 끌어안은 아이처럼...


[▲ 호텔 창 밖의 불꽃놀이 - 미지의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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